·9년 전
안녕하세요. 고입 준비로 바쁜 평범한 여중생입니다. 다름 아니게도 전부터 받아온 여러 상처들이 전부 오늘 팡 터져서 도움이라도, 빈말이라지만 위로라도 받고싶어서 이렇게 적어요.
저는 비만이 유전이에요. 어릴 때부터 키는 작고 뚱뚱하고, 초등학교 졸업 때도 작고 뚱뚱하고, 지금도 작고 뚱뚱하고, 피부도 여드름 천지고, 머리는 악성 곱슬에 뭐... 요즘 또래고 어른이고 모든 시선에서 보기 안 좋은 것들만 죄다 장착하고 있죠. 패션 센스도 없어요. 솔직히 이젠 유행 따라가기가 무서워요. 남들은 입으면 예쁘고, 저는 그냥 옷 망치는 테러범같거든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집 내에서 항상 받아온 외모 지적 탓이에요. 한 번 좌절감을 가지면 쉼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어릴 때부터, 유치원생 때부터, 그 어린 나이 때부터 빈말만 가득한 사랑 받으며 온갖 ***이 가득한 뒷담들로 매일 상처받았어요. 얘는 왜 저렇게 뚱뚱할까. 커서 뭐가 되려고... 라는 말들이요.
무시 받고, 차별 받고, 떳떳하게 못 산다는 게 너무 억울했어요. 공부라도 잘해야지. 하나라도 잘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지 해서 이 생각을 가진 4학년 때부터 죽어라 공부했어요. 초졸 전에 중학 과정 끝내고. 중2때 고입 빡세게 준비하며 지내고.
늘 외모로 욕듣고 살아온 저는 누구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진짜로 사랑 받아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혼자 살듯이, 그냥 평범하게 친구들이랑 지내면서 피나는 노력 끝에 외국어 대회 대상도 받고, 전교 3등까지 올라갔어요. 과학 논술, 국어 논술, 체육부 대회 등등 나가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나가면서 피땀흘리면서 노력했어요. 또 하고, 또 다시 하고.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저렇게 상을 타고 성적을 유지해도, 효도도 하고 인상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했는데 전부 무용지물이 됐어요. 학업 스트레스로 살이 쪘어요. 이유가 이거예요. 살쪄서. 아무리 잘해와도 살쪄서 다 안 된다고 해요. 영어 1등 해와도 빈말뿐인 칭찬. 부모님 덜 피곤하게 하려고 혼자서라도 집 대청소를 하거나 하는데. 공부는 최하위이긴 해도 예쁜 동생 때문에 다 헛수고가 돼요.
어느 정도 쪘나, 중1때보다 한 13키로 쪘어요. 엄청 쪘죠. 그래서인지 저는 저보다 더 늘씬하고, 예쁘고, 곱고, 유머감각도 넘치는 곧 초졸인 애와 비교 당하면서 살아요. 동생은 저런데 너는 왜 그러냐. 동생처럼만 날씬해봐라. 요새 또 먹니? 이게 넘어가? 공부 잘하면 뭐해. 살을 빼야지. 어? --아, 살 좀 빼. 어유... 또 먹고 싶어? 징그럽다 정말. 다 가족에게 들어온 소리예요. 방금도 듣고, 이렇게 적어보고요.
늘 차별당해요. 피부도 하얗고, 몸 좋고, 센스 있고, 외향적인 동생에게 피부 까맣고, 뚱뚱하고, 아무 감각도 없고, 내성적이고 목소리도 낮고, 뭣하나 ***이 하는 이유로. 아무에게나 위로 받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오늘부터라도 다이어트 꾸준히 해서 꼭 비교당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게 100일간 끈기있게, 긍정적인 사고로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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