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저는 이제 열여섯이 된 한 여학생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기도 싫고..몸을 보여주기도 싫고 그래서 외출도 하기싫어요.
초등학교 때까진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어요.
반할은 어른들이 그냥 해주시는 말씀인 걸 알지만 길가를 지나가다가도, 주변 친구나 어른들한테도 예쁨받고 주변에 제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사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육학년 후반이 될 때 즈음에 살이 살짝 붙고 중학교에 올라와서 교복치마란 걸 입기 시작하면서 혹시 뒤에서 내 다리를 보고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이 때까진 제 자신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중2 때 날씬한 몸에 관심을 가졌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다이어트 자극이란 명목으로 예쁜 사람들의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패션에 관심이 있어서 모델들 사진도 모았구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왜 내 얼굴은 달걀형이 아닌거지? 다리는 곧지 않을걸까?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음식에 집착도 하게되고 나에게 정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이제 더이상 예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이어트는 잠깐 빛을 보는가 싶더니 계속 실패하며 제자리를 찾았고 그 결과로 떨어진 자존감과 음식에 대한 집착만이 남았어요. 주변에서 절 좋아한다는 사람 앞에서도 괜히 지나갈 때 고개숙이고 가고 피하려고 돌아서 가기도 하고 인사받을 때도 받는둥 마는둥 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사실 그 중에 한 명은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내 맘은 그게 아닌데, 다짐하고 다짐해도 그게 의지처럼 안되더라고요. 그 친구들한데 상처를 주고싶었던 게 아닌데 뭐라고 말도 못걸겠고 참 미안했어요.
그러다 2학기 때 시험기간을 기점으로 7kg이 훅 쪘어요. 제가 키도 작은 편이고 다리랑 얼굴에 살이 올라오는 편이라 티가 많이나요. 그래도 처음엔 정상체중이니까, 뺄 수 있으니까, 친구랑 다이어트 하면 되니까 괜찮다 그랬었죠. 그런데 주변 반응이 달라지는 걸 느끼겠더라고요...친구들, 특히 친구였던 애들 중에 남자애들 반응이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어요. 전 정말 다른 여자인 친구들과 다름없는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나봐요. 그냥 옛날처럼 일상적인 얘기들을 나누려고 말을 했을 뿐인데 남자든 여자든 눈빛이나 말투가 전과 달라졌어요. (다른 부분에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싸움이라던지 어떤 사건이라던지...) 그런데 변한 그 친구들이 돌아서서 예쁜 친구들에게 하는 말투나 그런 것이 옛날 제가 특별하지 않게 여겼던 그것과도 같아서 내가 그 당시엔 참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깨달은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상처받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 좀 더 우울해지고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게 됐어요. 친한 친구도 얼굴이 왜이렇게 달라졌냐, 옛날 모습하고 다르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자극을 주고있는 거라면서. 그러나 다이어트를 마음먹어도 나 스스로 내 자신을 달래도 밖에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게되더라고요. 거울도 혼자서 보고싶고, 내 뒤에서 아는 사람이 걸어오면 다리를 보여주기 싫어서 당당할 수 없어요 좀 웃기죠? 지난주에 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있고, 나 역시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남자애가 말을 걸면서 인사해도 피하고 그냥 교실로 쏙 들어와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얼굴이 작고 날씬한 예쁜 체형인데 저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같이 걸으면 비교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걔 주변 친구들이 괜히 장난식으로 인사하는 것도 불편하고 그 친구 얘기를 할 때도 쟬 왜 좋아하지? 라고 얘기하진 않을까, 저도 절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을 때 언젠가부터 날 왜 좋아하지? 이런 의문이 생겨요.
날씬하지 않은 나여서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여서 저는 제가 더 미워요. 내 마인드가 언제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어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제가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진 후부터 외모를 봐요. 너무 미안하고 고치려고도 하고있는데 잘 안돼요.
제 생각에 저는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예요. 부모님도 좋고 누군가의 반응을 달라졌을 지언정 진실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데 외모에 대한 내 집착은 왜 계속 이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좀 못생긴 것 같다 싶은 날엔 친구들의 눈도 저도모르게 피해버리고 나선 속으로 놀라고, 날 좋아해준 사람들과 내가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주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해졌어요. 그리고 진짜 이상한 건 사복입고 밖에 나가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봐 일부러 밤에 외출해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마인드카페 나를 찾아서에서 우울감이 심하다고 병원에 가라는 글을 보고 좀 문제가 있구나 싶었어요. 제가 이 글을 읽는 사람이어도 쟤가 왜 저럴까 답답할 것 같지만 용기내서 글을 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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