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작년 크리스마스날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다 무릎을 다쳤습니다
전 날이였던 크리스마스 이브날에는 비가 왔었기에 눈결은 살 얼음판 빙판 수준이였습니다
위험할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죠
하지만 그 위험이 자신에게 올 리가 없다며 자만하며 스키를 탔습니다
설마 내가 그렇게 되겠어? 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였습니다 저는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건데 말이죠
그렇게 스키를 타다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왜 인지 모르게 그런 날이 있죠 유독 집에 가고 싶은 날 말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날 저는 뜬금없이 잘 타고 있던 스키를 벗어던지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허나 , 온 가족이 모여 놀러오게 된 스키장이였고 , 돌아가버리면 아***와 아*** 친구 분만 남게된다는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동생마저도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며 집에 돌아가자 이끌던것을 나도 그렇게 느껴지지만 이대로 가기엔 좀 그렇다며 뿌리쳐내고 남아서 스키를 더 타겠다며 슬로프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러고서는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살 얼음 빙판같은 눈 , 순간적으로 너무 세게 붙어버린 속도
당황함과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불어나 스키는 서로 꼬여버렸고 겁쟁이였던 저는 그대로 세게 넘어졌습니다
오른쪽은 다행히도 넘어지며 스키가 빠졌습니다
그러나 넘어진 방향도 잘못되었지만 왼쪽 스키가 빠지지않은 체 넘어진지라 스키와 함께 다리가 돌아가버렸습니다 두두둑 소리를 내면서요
처음엔 조그마한 통증 , 그래도 다리는 쭉 잘 펴졌고 들어올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두둑 소리를 들었으니 아마도 어딘가가 부러졌겠구나 하고 누워있는데 점점 아파오는겁니다
생전 그렇게 아파본 적 없는 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였습니다
다리도 점점 굽혀지고 전체적으로 움크리는 자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전요원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 차디찬 눈 위에서 꽤 고통과 씨름했었습니다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을 하고서 말이죠
안전요원의 대처때문에도 한참을 더 눈 밭에서 애를 먹었습니다
당시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움직일 수 조차 없어서 아무라도 좋으니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며 끙끙 앓고만 있었습니다
여러사람들이 지나가다 멈춰서서 괜찮으신가요? 라 물어주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 친구분이 오셨습니다
이러는 와중에도 안전요원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좀 더 지나 안전요원이 도착했으나 움직일 수 없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들것에 올라와주실 수 있겠냐는 질문을 두 세 차례 받았습니다
뒤에서 내려오고 계시던 아***가 그 말을 들으셨고 아***는 화를 내셨습니다
움직일 수 조차 없다는 사람을 늦게 데리러 온 것도 모자라 들것에 옮겨 누워보라는건 너무한거 아닙니까? 라는 아***의 호통이 끝나자 죄송하다며 최대한 제가 움직이지 않도록 옮겨주셨습니다
코스를 내려오자마자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간단하게 엑스레이 촬영과 진통제를 맞았습니다
예상했던대로 골절이 있었죠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였습니다
무릎인대도 손상이 간 것 같으나 크게 다친것은 아니니 내일 아침에 대학병원으로 가시는게 좋을 듯 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그럴까했습니다만 진통제를 맞고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바로 사설구급차를 불러 타고서는 대학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응급실에 옮겨져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어째서인지 굽혀져있던 다리를 깁스로 고정***기 위해 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날 응급실에 계셨던 다른 환자 및 보호자분들께 죄송했습니다
그 새벽에 너무 큰 고통에 비명을 질러버렸고 , 눈물은 하염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래저래 검사하느라 밤을 지새운 의료진분들과 저 자신과 아*** , 그리고 아*** 친구분까지 정말 고생 많았죠
검사결과 ,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바로 아래 붙어있던 뼈를 잡아당겨 뼈도 세 등분으로 나뉘였고 전방 십자인대 또한 너덜너덜 찢어져 피가 많이 고여있는 상태였습니다
출혈이 꽤 될 것 같다며 수술 동의서 외에 수혈동의서까지 쓰며 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때서야 상황의 심각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저의 왼쪽 다리는 앞으로 평생 3% 를 쓸 수 없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완벽히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는다는 말이였죠 재활을 잘하면 어느 정도는 될거라고는 하셨지만 제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무릎 꿇고 앉는다던가 쭈그려앉는것을 오래하지는 못한다고 하셨으니까요
저는 원래도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 이래저래 포기를 일삼는 사람인데 이런 얘기까지 들으니 그나마 있던 의지마저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눈물과 우울함으로 나날을 보내다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바깥세상은 다치기 전에도 험했으나 다치고 난 뒤 더 더욱 고된 세상이 되어있었습니다
다리가 따라주지않아 미처 신호등 시간에 맞춰 건너지 못한것에 욕을 먹어야만 했고 , 마트 등 사람이 조금 혼잡한 곳에 가서 부딪히거나 밀치고 가는 분들이 있어도 제가 욕을 먹어야만했습니다
왜 그런 모습으로 밖을 돌***니냐 , 크게 다친게 아닌데 혼자서만 유독 그러는거냐 , 다른 사람들은 잘만 나아서 정상적이라는데 너는 뭐냐 등의 말을 시도때도 없이 들어야만했습니다
심지어 집안어른 중 한 분은 제가 불편하게 걷는 왼쪽 다리를 따라 걸으시며 너가 걷는모습이야 이게 뭐냐 이제 거의 완치라는데 이러면 어떡하냐 라며 다른 분들 앞에서 저를 망신주시기도 했었죠
저는 이제 전신거울을 보는게 너무나도 두렵고 싫습니다
제대로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는 다리가 보이는것도 , 지나가며 힐끔거리다 속닥이시는것도 , 저를 따라하시며 망신을 주시는것도 저를 우울함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세상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다치기 전 예뻐했던 바지들 , 신발들을 꺼내 입어보고 신어볼 때에 자괴감이 듭니다
반년동안 정말 안 좋은 생각도 많이했었습니다
이대로 세상을 떠나버리면 차라리 나을까 싶기도 했죠
여자애 몸으로 이런 다리로 살아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며칠을 눈물 흘렸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안 드는건 아닙니다만 ,
종종 저를 찾아오고 찾아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하는걸 좋아하고 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은 어린 소녀일뿐이라는걸 깨닫게 됐습니다
다치기 전 빨리 걷고 뛰어다니던 , 굉장히 활달하고 바쁘게 살던 저에게 이제 천천히 걸어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살아가보라는 뜻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느리고 이상하지만 그나마 걸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보자라는 생각도 하게 됐죠
아직도 저는 전신 거울을 보는것 ,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게 좀 두렵고 싫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 번 이겨내보려 노력중입니다
각자 다른 사연과 고민에 힘든 분들도 저처럼 , 저와 같이 이겨내보려 노력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 한 가지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 행동할 때 , 눈빛을 스쳐보낼 때 마저도 입장을 바꿔서 되새겨보시고 해주세요
저처럼 상처받고 슬퍼하는 다른분들이 생기지 않게 말이죠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