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냥' 보는 게 안 된다. 나보다 예쁜지 안 예쁜지 따져보고 내 기준에서 예쁘면 열등감 느끼면서 부러워하고 안 예쁘면 그것을 위안삼아 자신감을 얻는다. 예쁘지 않으면 인생이 *** 것 같고 거울 보거나 틴트바를 때 주위에 예쁜 애가 있으면 혹시 그 얼굴로 틴트도 바르냐고 생각할 것 같아서 자리를 피하거나 행동을 그만두게 된다. 어딜 가도 사람을 얼굴로 급을 나누고 항상 '진짜 예쁘다 난 왜 이따구로 생겼을까' 라는 생각과 '그래도 쟤보단 낫지. 나 정도면 괜찮아.' 라는 생각을 1초에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 같다. 사람을 얼굴로 급을 나누다니. 진짜 한심하고 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진짜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을 그냥 못 보겠다. 나보다 예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게 싫다. 싫음을 넘어서 무섭다. 대인기피증 올 것 같다. 우울증 올 것 같다. 내가 언제부터 이랬는지 기억도 안 난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턴가 외모지적을 많이 들었다. 친구들이 맨날 우리 중에 제일 안 예쁜 사람이 나라고. 중1때는 못생겼다는 말을 하루에 한 번씩 무조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땐 얼굴에 관심이 없어서 그 말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중2때 끝자락만 해도 친구들이 뭐만 하면 못생겼단 말을 했다. 그런데 중3때부터 답답하던 앞머리를 바꾸고 화장을 하고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못생겼단 말을 밥먹듯이 하던 애가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을 하지 않았다. 렌즈끼고 화장도 하니까 나중엔 중1땐 꿈도 못 꿔봤을 '예쁘다' 라는 말을 들었다. 빈말이었겠지만은 중1때는 그 빈말마저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빈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그때부터 사람 얼굴을 그냥 볼 수가 없다. 얼굴이 인생 전부같다. 내 얼굴에 개성이 있다고 생각하라니. 그건 그냥 못생겼단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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