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1년간 살을 뺐어요.
15살.
160cm / 83kg 고도비만.
'족발같은 다리 치워라'
'*** 덩치 ***크네'
'돼지같은 년이'
난 어릴때부터 뚱뚱했어요.
뚱뚱하단 이유로 욕먹고, 무시받고. 모진 말 참 많이도 들었었죠.
하지만 난 그 말들을 듣는 것보다 그 말들을 듣는 날 보는 시선들이 더 두렵고, 무서웠어요.
추석이나 설날에 고모부가 살쪘다고 뭐라할때면 입을 꾹 다물수밖에 없었죠. 나에게는 남동생이 있어요. 남동생과 나는 몸무게가 비슷했지만 고모부는 항상 동생이 남자.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모진말도 내게 하고 여자는 집안일해야지 하며 동생일까지 제게 다 몰았어요.
가족에게조차 상처받을대로 받았었죠.
나는 살쪘을때
ㅇㅇ 너 다리 길다,
ㅇㅇ아 너 눈 크다 살빼면 진짜 예쁘겠네,
헐 쌍꺼풀 라인이랑 예쁘다 부러워,
애교살도 이렇게 있네 살빼면 이쁘겠다,
ㅇㅇ 넌 눈이 가장 예쁜것 같아.
살빼면 진짜 예쁠텐데 왜 안빼?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말에 상처받을수도 있지만
저에겐 희망같은 것이였죠.
작년 5월부터 살을 뺐어요.
빠르게 많이 말고 천천히 꾸준히 조금씩.
1년간의 다이어트 끝에
16살.
160cm / 45kg 정상.
총 38kg 감량.
드디어 제가 원했던 몸무게에 도달했네요.
그동안 주변에서
네가 어떻게 뺄수있겠냐
포기한다에 내 손목건다ㅋ
니가? ㅋㅋㅋ 건강한 돼지?
뺄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조차 이런 말을 들었죠.
그러나 결국 나는 해냈어요.
1년간 버티고 노력한 내가 정말 고마워요.
방학때마다 친구들의 반응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그 반응에 얼마나 보람이 느껴졌는지 몰라요.
살빼고보니 정말 이런말하긴 창피하지만 예쁘더라고요.
눈도 더 커지고 얼굴은 더 작아지고
다리길이도 확 눈에 보이고 인기도 많아졌어요.
페북이란것도 시작했죠.
살빼고 고백도 많이 받았어요.
고등학교 선배들이나 같은 중이나 다른중 후배들까지도요.
물론 다 거절했지만요.
내게 욕질에 모진말 던진 애들?
아, 모진말 한 애들 중에서도 고백 몇번 받았죠.
나에게 족발드립친 남자애는 어제 번호 달랍디다.
수줍게 머리를 만지며 폰을 내민 그모습이란..
꼴불견 바로 그 자체였죠. 지가 그따위로 말한 여자애에게 구질구질하게 번호달라는 ***라니
울고싶었고, 화났고, 복수하고 싶었어요.
번호 줬습니다. 고백하면 찰꺼예요.
고백할꺼 어떻게 아냐고요? 제 친구들이 말해주길 친구들한테 저에 대해 물어보고 고백할꺼라고 도와달라 말했대요. ***도 풍년. 이번달안에 할것같던데 하면 족발같은 다리 가진 년이라고 욕할때는 언제고 지금 그딴말하냐고 하면서 찰꺼예요. 이런다고 상처가 사라지는건 아니지만 나아지긴 하겠죠. 복수.
그 외의 제가 뚱뚱했을때 욕하거나 무시하던 애들도 비슷했어요. 남자애들 중에서는 페메로 좋아하는 것 같다 바로 말한 애도 있었고, 그렇게 날 욕한주제에 뭐 주말에 어디 같이 가자는 애도 있었고, 거의 호감을 표시 하더라고요. 여자애들은 거의 다 까거나 아님 옆에서 같이 다니려고 하죠. 최소한 무시는 안해요. 못하는거죠
다이어트 포기한다 뭐한다 한 애들은 내게 어떻게 했냐 방법 물어보기 급급하더군요. 어떤애는 진짜 뺐냐 독하다 어떤애는 너 살빼니까 이렇게 예쁜데 왜 여태 안뺐냐. 지금이 훨씬났다.
난 나예요 살빼기 전도 살빼고 나서도 나예요.
달라지는 시선과 말투, 대우들. 정말 밉더군요.
나만 차별하고 살쪘다고 뭐라하는 고모부?
고모부와 고모, 고모아들, 고모아들과 결혼한 여자, 큰아빠, 큰엄마, 할머니. 다 날 알아볼까요? 남동생의 반정도로 줄어든 나를 알아볼려나요? 아직 이상태로 못만나서 잘 모르겠네요ㅋㅋ 아 기대되라.
아, 아빠는 엄청 칭찬해줬어요. 대단하다고. 어린데도 고맙고 미안하다고. 제가 살찐 계기가 어릴때 인스턴트만 먹어서 거든요. 엄마랑 아빠랑 이혼후 아빠는 요리하는 방법도 시간도 없어서 인스턴트만 해주셨고, 저도 그거 먹었어요. 집에는 거의 없으시고 일해서 먹을게 인스턴트밖에 없었고요
엄마는 제가 밉고요. 제게 뚱뚱하다고 뭐라하기 바빴죠.
엄마는 내가 살빼기를 가장 원한것 같아요.
그러면서 뚱뚱하다고, 돼지라고 보험도 않된다고.
이혼후라도 계속 연락하다가 엄마가 뚱뚱하다고 돼지라고 모질디 모진 말들을. 엄마라는 존재에게 듣고 연락 끊었어요. 참다참다 터진거죠. 저번에도 이래서 번호까지 바꿨었는데 절대 안그런다더니 이게 몇번째야. 이러면서 언젠가는 연락 하겠죠. 얘기가 딴길로 샜네요.
이제 교복 사이즈도 줄여야 돼요. 너무 크거든요. 크다고 느껴질때마다 줄였는데 또 줄여야 되네요. 입을옷도 정말 없어요. 그냥 여자가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다 커서 못입는거죠. 이제 사이즈가 아닌 디자인을 보고 옷을 고를 수 있겠네요. 졸업사진에는 뚱뚱한 내가 아니라 다행이예요.
아 너무 힘들었어요. 1년동안 말이죠.
나, 1년동안 수고했어요. 앞으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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