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철로길 바로 옆에 앉아 시간을 보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
알림
black-line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7년 전
어제 하루종일 철로길 바로 옆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왔다. 예쁘게 쭉 뻗은 선로 위에 살짝 머리를 뉘어 놓고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날 지옥으로 데려가줄 멋진 열차가 곧 도착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내 얼굴은 더러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도망치는 삶이 였다. 가족에게서, 해야할 일에게서, 주어진 일상에서, 현실에서... 무턱대고 도망치다 보니 낭떠러지 끝자락에 내몰렸다. 이제 한걸음만 더 도망치면 이 지긋지긋한 도피생활도 끝일터인데 그 한걸음을 내딛는게 어찌나 힘들던지.. 왜 아직까지도 난 이 낭떠러지 끝에서 불안불안하게 매달려 있는건지 모르겠다. 진짜 죽지도 않을꺼면서 죽는다느니 쑈하는 것도 민폐라 생각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도 말려주지도 않는 죽음이 싫었다. 죽을 힘을 다해 죽고 싶은데 난 너무나 간절하게도 살아가고 싶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순이 날 혼란속으로 내몬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저 철로 위에 머리를 내려놓고 무시무시한 기차소리가 들려오면 다신 돌아오질 못한다는 것을, 정말 끝이라는 것을, 그저 난 죽음이 두려울 뿐이라는 것을... 바로 기차가 옆을 지나갈 때면 전신을 울리는 진동과 온몸을 압박하는 풍압, 그리고 귀가 찟어질듯한 소음이 끝을 고하고 있었다. 난 죽음이 두려웠던 거다.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뛰어들지 못하는 난 그저 겁쟁이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죽음을 염원하는 내게 그딴 것은 존재하면 안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살***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하기엔 난 너무 망가져 있으며 시간은 흐를대로 흘렀고 일생을 통틀어 노력이란걸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다. 존재가치도 없고 의욕도 없는 쓰레기가 살기에는 이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이 사회에 내가 있을 곳은 없다. 그래서 오늘 난 또다시 철로길에 갈 것이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3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Ninja0730
· 7년 전
아... 어떠한 힘든 삶을 사셨는지 글에서 묻어나기에 글쓴이님을 차마 말리기가 힘듭니다. 자살을 하셔도 무조건 지옥에가지 않으니 마음을 편히 하셔도 돼요 글쓴이님은 상처받은 영혼이고 휴식이 필요하시니까요. 만일 철로길에서 생각이 바뀌신다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사시길 기도할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mineyours19
· 7년 전
죽음이라는거 정말 두렵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죽지 못하는건 아마 다들 죽음이 두려워서겠지요.. 사는 것도 무섭고 죽는 것도 무서운.. 그래서 살아가고 싶지 않은데 죽지도 못하는.. 많이 힘드시죠.. 끝없이 도망치시는 거 분명 힘드셨을 거에요. 저라도 알게요. 당신의 염원, 당신의 아픔.. 온전히 공감할 순 없어도, 그래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jyjin1204
· 7년 전
그대가 철로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고 다시 온 건 마음이 "넌 살아야해!!!!!"라고 외쳐서 그런거라구요. 마음이 왜 당신에게 살아야한다고 외치는지 아세요? 그대는 노력이란 걸 해본적이 없다고 쓰셨는데 그 노력이라는 걸 해보라고 마음이 외치고 있는거라구요. 당신은 존재가치가 있어요. 분명 있습니다. 근데 왜 스스로를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데요... 당신은.... 철로길에 의미없이 가시지 말구요!!! 다른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해보세요. 그대는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