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가정폭력 #독립 기억이 있는 어릴적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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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기억이 있는 어릴적부터 엄마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딸, 그것도 장녀니까 기대가 컸고 저는 어느정도 재능이 있는 아이로 보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아마 날 본인의 대리만족인형 정도로 여겼던거 같아요. 혼나는 일은 많았습니다. 기준에 못미치면 말로 다그쳤고, 기분이 나쁜 날엔 한 두번 나에게 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게 몇 번 반복이 되다보니 그냥 기분이 나쁘면 내가 말을 안 듣는다는 걸 핑계로 훈육이란 탈을 쓴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폭력이었어요. 손에 들고있는건 뭐든 날 때릴 수 있는 회초리였고, 부위 같은 건 상관 없이 마구 때렸으니까요. 아프다고 소리 질렀지만 그만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제가 지금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엄마는 어딘가 아픈 사람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두 살 아래 남동생에겐 그렇게 다정한 엄마였는데. 남동생에겐 손을 올리는 날도 별로 없었는데. 엄마는 어딘가 아픈 사람이었다기 보단, 그냥 '내'가 본인 마음대로 안 되는게 너무 싫은 사람이었던거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랬어요. 나이가 차고, 사춘기를 잘못 보낸건지... 엄마가 하는 말은 다 듣기가 싫었습니다. 열심히 하던 공부를 손에서 놓고 취미로 두던 만화나 그림, 음악에 빠졌습니다. 쓰잘데기 없는거라고 욕을 얻어먹고,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이게 아니면 살 수가 없었으니까 그냥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 수록 폭행이 더 심해졌습니다. 지긋지긋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 좀 나아질거다, 어른이다, 하는 생각으로 또 버텼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얼마 안 있어 내가 생각했던건 다 허황된 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계속 날 때렸고 여전히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저주를 나에게 퍼부었습니다. 그쯤되니 정말 치가 떨렸습니다.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걸까. 이제 그만 좀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하루는 내 목을 조르는 엄마를 밀쳤습니다. 장식장에 등을 맞았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때까지 한 번도 우리 사이에 난입한 적 없던 동생이 방에서 뛰쳐나왔습니다. 나한테 미쳤냐 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막 그렇게 웃다가, 방으로 혼자 들어와 하루종일 울었던 기억만 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야 나 혼자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같이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루 빨리 날 놔줬으면 했을 뿐, 더 이상 엮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된 후 시야가 넓어지면서, 좋은 점도 많았지만 나쁜 점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나는 엄마가 나에게 한 모든 일이 학대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옳지 못한 양육자였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또 화가 났습니다. 부모로서의 의무도 못 지킨 내 양육자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하루 빨리 모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조금이라도 집을 나갈 기미가 보이면, 현재 내 경제권은 본인이 쥐고 있다는 걸 끝없이 어필했습니다. 말도, 폭력도 통하지 않으니 이제 돈인거죠. 계속 그따위로 굴면 돈 안 주겠다. 그거였습니다. 그 마저도 아동학대라고 하니 우스울 뿐이죠. 그리고 거기에 휘둘리는 저도 우스운 사람입니다. 지금은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갑니다. 오늘도 방청소를 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에 "***.." 이라고 중얼거렸다고 방 밖으로 끌려나와 맞았습니다.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니 때리는거라고. 이런 말을 들으면서 사는 삶은 의미가 있는걸까요? 언제쯤이면 그만 둘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람도 엄마라 부를 자격이 있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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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ay2
· 7년 전
그런 상황속에서 학대라는걸 인지하고 인정한 글쓴이님의 글에서 강함이 느껴져요. 버티시느라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낳았다고 다 부모라고 할 수 없고, 어머님이 아프셨든 무슨 이유가 있든 글쓴이님께서 받은 학대를 정당화할수 있는건 하나도 없습니다. 아직 힘들긴 하시겠지만, 성인이 되신만큼 이제 나와사실 수 있을거예요. 조금씩 거리를 두시고 학대에서부터 벗어나주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