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엄마는 날 성실한 아이라고 소개하는데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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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어딜 가든 엄마는 날 성실한 아이라고 소개하는데 그게 날 힘들게 한다. 알고 있다. 엄마는 날 위해주려고 애쓴다는 것을. 엄마의 방법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소리쳐도 엄마에겐 들리지 않았다. 성실한 아이라는 말을 들을수록 그 말은 나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와 성실한 아이가 되지 못했다. 이미 성실한 아이가 아닌데 성실한 아이라고 하니 나를 보는 사람들은 눈에 기대를 품는다. 거기에 맞추려다 나동그라진 나를 한심한 눈으로 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고1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는 날 위한답시고 제발 하지 말라는 일만 벌였다. 드디어 폭발해 뭐라고 쏘아붙이려고 했는데 엄마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럼 대체 난 누구에게 말한거지? 이제 고2 1학기가 지났는데 여전히 그대로이다. 나도 엄마도 서로를 사랑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고 너무나도 달라 서로를 힘들게 한다. 단적인 예로, 고1 때 친구 문제로 심하게 골머리를 앓았던 적이 있어 울다 지쳐 엄마에게 털어놓듯 말했더니 그럼 혼자 다니라는 것이다. 어차피 고등학생이고 공부해야할 시기에 왜 그런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냐는 소리이다. 맞는 말이다. 엄마는 그런 말할 자격이 있다. 엄마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했고 얘들과 싸우자 그냥 연락끊고 혼자 다니며 공부했으니까. 근데 난 엄마와 달라서 그러지 못한다고, 혼자는 너무 무섭고 외롭다고 했더니 엄마도 했는데 왜 너가 못하냐면서 오히려 혼났다. 그럴거면 왜 엄마한테 말했냐고 하는 것이다. 위로가 듣고 싶었던 것 뿐인데 꾸중만 듣고 내가 할 수 없는 해결방법만 잔뜩 들었다. 물론 나중에 친구와 화해하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지만 엄마의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사람들은 말을 너무 쉽게 한다. 왕따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가혹하다. 그냥 피하거나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이었다면 왕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지도 않았겠지. 중, 고등학생 때 친구가 없다는 것은 아주 끔찍한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쳐도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도 힘들다. 직접적인 괴롭힘이 아닌 투명인간 취급도 고통스럽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봐야하는데 어떻게 피하라는 건지. 이런 식으로 선생님의 눈에 띄게 되면 아닌 척하지만 굉장히 귀찮아 하신다. 하필 우리 반에? 배려없으신 선생님들은 회장이나 부회장에게 그런 아이를 챙기라고 하는데 그 얘들은 선생님 앞에서만 얌전히 대답하고 신경쓰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많다. 초등학교 때는 직접적인 괴롭힘이 가능했다면, 중학교 때는 뒷담화와 질 나쁜 소문으로 고생하고, 고등학교 때는 없는 사람이다. 보여도 보이지 않는 사람, 말해도 들리지 않는 사람. 강제 야자를 진행하는 고등학교도 있어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급식도 안먹고 그냥 1분 1초를 버티다가 자퇴하거나 전학을 간다는 것이다. 물론 왕따 당하는 아이들 중에 소수는 이유가 있어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고등학교 때는 못봤는데 중학교 때는 몇 명 보았다. 그중에 제일 잘 기억나는 아이가 있다. 걔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는데 말도 조금 더듬었었다. 초반에는 그래도 천사표 아이들이 그 얘를 챙겨줬는데 고루고루 뒷담을 하고는 아닌 척 친하게 굴다가 들켜서 왕따가 되었다. 그 애는 필기에 집착을 보여서 반 아이들의 교과서나 프린트물을 자주 빌렸는데 돌려줄 때도, 안 돌려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얘들이 빌려주지 않자 아이들 몰래 교과서나 프린트물을 며칠동안 훔쳐갔다가 다시 몰래 서랍이나 가방 안에 넣어두는 것이다. 나도 당했다. 초반에 빌려줄 때는 교과서를 착각했답시고(글씨체가 누가봐도 다르다) 내 필기를 몽땅 지워버리고 제대로된 사과도 안하고 넘어갔다. 또 언제는 화이트를 빌려가고 돌려주지를 않길래 돌려달라고 했더니 다써서 버렸다고 했다(참고로 반 이상 남아있었다^^). 상대하기 싫고 짜증나서 빌려달라고 해도 안빌려줬더니 교과서 3번(각각 다른 과목으로) 프린트 1번 훔쳐갔다가 돌려줬다. 내가 걔 덕에 사물함에 자물쇠를 잠그기 시작했다^^ 한 번은 교과서가 없어져서 수업 때 선생님께 엄청 혼났고 수업도 제대로 못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물함에 짠 나타난 적도 있고(못 봤을 확률 0%) 계속 없어졌다가 며칠 뒤 생기는 일이 반복되자 빡쳐서 교실에 담임 선생님이랑 얘들 다 있을 때 큰소리로 책 없어졌다고 이중에 도둑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다음 쉬는 시간에 바로 책 나타남^^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당한 얘들이 우리 반에 절반이 훨씬 넘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불쌍한 아이라고만 하시니 기가 차기만 했다. 이렇게 그 아이는 쭈욱 왕따로 지냈다. 고등학교 올라간 뒤로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아 쓰다가 흥분해서 말이 엇나갔는데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머릿속에서 사라졌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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