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링 고3 학생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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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고3 학생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 참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인간관계, 좋은 성적, 외모도 봐주기 힘들 정도로 못생긴 건 아니에요. 딱히 고민도 없어요. 가정 환경이 좀 안좋은 편이긴 하지만 솔직히 요즘 세상에 파고들면 멀쩡한 집안 찾기가 더 어렵고, 또 엄마도 아빠도 부모님으로서의 역할은 다 해주신 덕에 특별히 힘들어 본적은 없네요.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부모님이에요. 저 어렸을 때 아빠가 바람을 폈었는데 그 이후로 서로 대화 한 마디 없이 사세요. 제가 불편해서라기보단 그냥 두 분 다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요. 어렸을 땐 아빠가 미웠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이혼하고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제가 효녀인건 아니에요ㅋㅋㅋ 가끔은 이런 생각이 부모님에 대한 제 책임과 평소 쌓였던 죄책감을 좀 덜어보려는 자기방어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냥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 친구들한테 집안 얘기를 좀 했었어요. 정상적인 집안이랄 수는 없지만 또 이것 때문에 제가 딱히 피해를 받은 것도 없는데, 애들한테 얘기할 때는 제가 무슨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애마냥 느껴지더라구요ㅋㅋㅋ 어쩌면 전 그냥 관심이 필요했던것 같기도 해요. 구구절절 적어놨지만 이미 말했듯 이런 문제들이 제 인생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친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제 책임 회피를 위한 핑계거리로 쓰이고 있는 쪽에 가까워요. 근데 전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절 좀 죽여줬으면 좋겠어요. 바란적도 없는걸 멋대로 안겨놓고 왜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지, 정말 살아야 할 사람들은 다 데려가고서 왜 저같은 걸 세상에 남겨두는지. 어찌 보면 배부른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근데 이런 문제 없음이 저한테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제가 아무리 무슨 짓을 해봤자 더 나아질 구석이 없거든요. 전 이미 정말 괜찮은데, 참 행복한 환경에 처해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 때려치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질리도록 들어봤어요. 근데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고 싶지 않다는데 그것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실은 정말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제 생각이 맞는지. 머릿속이 텅 빈것처럼 멍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안날 때가 있어요. 그냥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제 인생이 눈에 그린듯이 훤한데, 더 나아질 희망도 없이 그냥 말 그대로 아무 의미 없이 죽지 못해서 살***게 보이는데.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렇게 사는건 느린 자살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제가 우울증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님 그냥 제 머리위로 운석이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ㅋㅋㅋㅋ 제가 무슨 답을 원하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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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min2
7년 전
반갑습니다. 아***의 외도와 부모님의 갈등... 막 싸우지는 않지만, 속사정을 모르면 아무 일도 없는 가정 같지만, 그 안에서 마카님은 괜찮은 척을 하면서 속을 앓고 있었네요. 본인의 우울감에 대해서도 이럴 필요가 없다고, 어쩌면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지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했는지.. 마카님의 마음을 헤아리*** 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것은 제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생에 대한 의지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마치 불안도라고 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쉽게 불안해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쉽사리 불안해 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싶은 욕구, 생에 대한 집착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마카님은 지금 삶에 대한 큰 애착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애초에 타고 날 때부터 그럴 수도 있고, 살면서 크게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서 그럴 수도 있지요. 그리고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모른 척 덮어두고 살고 있는 마카님의 가정이 *** 영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까운 것이 없으면 삶이란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키고 싶은 것, 잃기 싫은 것이 많을수록 생에 대한 애착이 생겨납니다.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그다지 아까운 것이 없었다면 이제부터는 무언가 아까운 것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아까운 것이 생기려면 뭐라도 해봐야 하지않을까요. 뭔가 열심히 해내고, 일궈냈을 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생에 대해서 애착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본래 잃을 것이 없는 사람보다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 생을 더 열심히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이 땅의 많은 아***들이, 어머니들이 힘든 세상을 외면하지 않고 맞딱드리면서 살아가는 이유가 자신들의 아이, 자식이라고 하지요.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마카님은 단순히 그분들이 이혼을 하지 못하는 걸림돌 같은 존재가 아니라 그분들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살아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남들, 특히 마카님의 부모가 마카님에게 갖는 마음까지 섣불리 짐작하고 자기 자신을 더 무가치한 존재로 만들지 말아요. 살아간다는 것,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우리는 하고 있습니다.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내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 때, 그런 경험을 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을 아낄 수 있습니다. 마인드카페는 마카님이 자신의 삶을 아낄 수 있는 때를 맞이할 수 있는 삶을 살아내기를 응원합니다. #삶 #죽음 #부모 #가정불화 #현실회피 #자기방어 #죄책감 #소중함 #애착 #사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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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rmy
· 7년 전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요. 울 아부지도 좋지 않으셨는데 반년전쯤 세상을 떠나셨어요. 이렇게 되니 제가 자책하고 있더라구요. 더 힘들고. 그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켜봐요. 뭘 더 안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