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18살 여학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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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99731s
·7년 전
안녕하세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18살 여학생입니다. 저는 할 줄 아는게 남탓 밖에 없고 열등감으로 똘똘뭉쳐 살고 있습니다. 1학년때에도 뭔가를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지않아서 학교생활을 하는 게 힘들었는데,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2학년이 되어 더이상 대입을 피할 순 없는 상황에 던져지게되니 더욱 힘들어요. 지난 1학기를 돌아보면 주위 친구들이 지금 얼마나 앞서나가고있는지 24시간 레이더망을 켜놓고 신경쓰기 일쑤였고 끊임없이 뒤처진 저와 비교하며 우울해했어요. 요즈음은 학생회 임원으로서 축제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며 우울해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바쁜일정을 소화해 낼 에너지가 생기지 않고 스트레스만 늘어가고있어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괜찮았어요. 아주잘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성적이 괜찮으니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었고 인간관계도 원만했습니다. 당연히 학교생활도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3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떨어졌고 고등학교1학년에 와서는 반에서 5등에도 들지못하는 성적을 늘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열등감으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내가 공부를 열심히안해서 성적이 떨어진건데, 저는 자존감 자신감이 떨어지고 인간관계가 다 망가지고 우울해지는걸 남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어요. 저희 아빠는 선천적으로 건강이 안좋으셨고 죽을뻔한 고비도 여러번 넘기셨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제가 초등학교1학년 때에 아빠가 우울증이 심해지셨고 제가 공부를 하지않으면 폭력을 사용하시고는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는 맞은 적이 없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수학문제를 풀다가 졸고있는 저를 목발로 때리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도 학교에서 돌아와 자고있는 저에게 신발을 던지셨어요. 꿈도 없고 당장 오늘 집에가서 하고싶은 일도 놀러가고싶은곳도 먹고싶은것도 없어서 흘러가는대로 억지로 살다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으니까 상담을 하러 가기도했어요. 지역의 청소년상담센터와 학교의 wee센터 이렇게 두 곳에 두번을 갔는데, 두번 다 검사를 해보니 우울도와 불안도가 높게 나왔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상담을 할때 아빠이야기만 나오면 아빠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었어요. 그냥 아빠가 나한테 너무 부정적인 존재라는 이야기에서만 그쳤어요. 아빠의 우울증이 심해져 집에 불을 지를테니 우리가족 다같이 죽자고 했을때 2평 남짓한 좁은 제 방에서 오빠 엄마 제가 밤새 불안에 떨었던 이야기도 상담선생님께 할 수가 없었어요. 운전대를 잡은 아빠가 갑자기 저기 차를들이받고 다같이 죽어버리자고 말한것도, 공부하다가 잠이오면 아빠가 너를 때리는 상상을 하라고 말한것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아빠가 너무너무너무 싫은데 저희 아빠는 b형간염을 가지고있고 우울증에 허리에 철심까지 박았지만 가족을위해 일하는 책임감있는 가장이기에 너무 싫어하고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서 들어야했어요. 중3때 제가 하고싶다는 지역청소년프로그램에 참여할때 곧 고등학교에 진학해야하는데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고 반대하는 아빠를 향해 엄마는 딸 한번만 믿어주자고 자기말 믿어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 성적이 떨어지니 저를 때리고 회사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년이라고 했어요. 저는 그 프로그램때문에 성적이 떨어진게 아니라 공부가 하기싫어서 안해서 성적이 떨어진거였는데... 저는 이런 아빠를 도저히 좋게생각할 수가 없어요. 새벽에 숙제를 하다가도 자던아빠가 화장실에 가려고 방에서 나오면 제 방까지 오는 발소리가 들릴까봐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이고 소리를 듣습니다. 아빠는 공부빼고 아무것도 안하기를 바라셔서 ppt같은것을 만들며 숙제하는 모습도 보이면 안되거든요. 아빠가 이렇게 직접 말씀하신적은 없지만 눈치라는게 있잖아요. 집에있으면 생활소음에서 아주아주아주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아빠가 화난건 아닐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집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언제 아빠한테 맞을지 모르니 공부도 안하는데 독서실에 와서 가만히 앉아있곤해요. 지금도 독서실에서 이 글을 쓰고있습니다. 쓰다보니 아빠욕만 잔뜩 썼네요. 쓰다가 그때 상황이 생생하게 생각나서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어쨌든 제 문제는 제가 지금 공부를 안하는 걸 아빠탓을 한다는거예요. 그냥 공부하면되는데 게을러서 공부를 시작 할 용기는 없고 남탓을 해야 마음이편할거같아서 자꾸 아빠탓을 하고, 아빠탓을 하면서 안좋았던 과거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까 점점 더 피폐해지는거같아요. 중1때는 아빠가 일하다가 허리를 완전 아작내서 다른 지역의 큰 병원에 갔었어요. 엄마아빠 모두 다른지역 대학병원에 계셔서 고1이었던 오빠와 둘이 2달 정도 생활했는데 저는 그 2달이 인생의 황금기였던거같아요.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자유로웠거든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바빴지만 행복했어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중학교 2학년때 공부를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이것도 결국은 지금 제가 공부를 안하는거에 대한 자기합리화와 변명과 남탓에 불과하지만요. 제가 여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가 남탓밖에 안하고있는것도 알겠고 내 인생 언제까지나 아빠탓하고 뒤처져있을순 없으니까 지금 그냥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현실을 바꿔야한다는것도 알겠는데 힘이 안나요. 힘이 왜 안날까요? 이건 정말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게으른건데 힘이안난다는 말을 또 변명처럼 쓰고있는걸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제 진짜 어떻게 살아야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변명밖에 못하고 게으르고 자기객관화도 안되고. 당장 학생회 학예부장이라 1학년 차장친구 두명을 데리고 아주 큰 축제라는 학교행사를 총괄해야해요. 그런데 너무 자신이없어요. 요즘은 머리가 아예 안돌아가요. 말도 자꾸 더듬게 되고.. 힘든걸 피하면 안되는데 자꾸 자신이없어요. 이건 남들도 똑같은건데 왜 또 저는 저만 특별하게 생각하는걸까요? 남들도 무서운데 나만 무섭다고 생각해서 피하고 남들은 힘들어도 참는데 저는 힘들면 못참아요. 두서없지만 결론은 제가 지금 할 수 있는게 뭘까요? 당장 내일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학생회 일을 해야하는데 힘들다못해 이제 무서워요. 대학은 또 어떻게 갈까요 공부도 못하는데. 저 도대체 학생회는 무슨생각으로 했을까요.. 도와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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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oc28
· 7년 전
이제 마카님의 속마음을 조금씩 이야기하시니 참 다행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힘들수있어요. 어른들도 그래서 좌절하고 불행해하고 욕하고 싸우기도하는거랍니다. 그런데 마카님은 이제 겨우 중학생이잖아요.. 제 경험담인데요. 과거 어른인 저도 꼭 해야하지만 너무 힘든 일이 내앞에 놓여있었을때, 가벼운 우울증이 생기더라고요. 다 귀찮고 사는것조차 의욕이 없어지더라구요. 그런데 내앞에 놓인 일이 두려워서 우울증이 생긴것임을 깨닫는 순간 해결이랄까 스스로 치료가 되더라구요. 마카님, 지금 학예회 일이 넘 부담스러우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것은 어떨까요? 진심으로 책임을 다하고싶지만 너무 걱정스러워서 감당하기힘들다, 그래서 학예회 준비를 제대로 못할까 무섭다고 솔직한 마음을 알려드리세요. 그래서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해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