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싼 명품백도 아닌데 어제 엄마 선물 받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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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엄마. 비싼 명품백도 아닌데 어제 엄마 선물 받아들고 기뻐하는 모습 보니까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문자로 보내려했는데 좀 더 솔직해지고 싶어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여기다만 적어두려해. 아빠도 기분 좋아하시고도 하고, 나랑 누나 직장 다니고 있어서 마음 놓이셨는지 요즘 두 분 여기저기 데이트도 다녀오시고하는 모습 보니 내 기분이 좋기도하고 안쓰럽기도했어. 왜 괜히 기분이 이상하고 어색함을 느꼈는지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엄마 아빠 고생하고 몸이나 마음이나 아파했던 모습,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들에 되게 익숙해져있었기에 그래서 더 사소한 것에 엄마 아빠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나봐. 물론 우리보다 더 불우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인지라 욕심이 있고 더 높은 곳을 보게 되니까. 누나한테 들으니까 또 아파서 병원가고 그랬다며. 무리하진 않았으면 좋겠네.. 부모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니까 엄마 아빠한테 측은한 마음도 들고 고마운 마음도 들고 그러더라. 사실 엄마 아빠 선물 드리고 저녁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올 뻔 했어. 그런데 너무 미안한게 그게 기뻐서, 행복해서 나온 눈물이 아니라 그냥 너무 우울해져서, 힘들고 우울한 마음이 갑자기 터져버려서 나오려는 눈물이었어. 애써 그런 티 안내려고 어제 평소보다 더 무뚝뚝한 아들이었을 것 같네. 사실. 가족들에게마저 가면을 쓰려는 나인지라 사실이 많네. 차 안 그 순간에 되게 나쁜 생각들을 했어. 이대로 밥 먹고 나 혼자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그대로 술을 마시고 정말 자살해야겠다. 이제 그만 이 삶을 끝내도 되겠다. 나에게 행복은 너무 어울리지 않고 그건 우리 가족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마찬가지구나. 이대로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그런 상상도 했어. 왜 그랬는지는 몰라 그런데 정말 가는 길에 작은 사고가 날 뻔했잖아 그렇게 방어운전을 강조하고 운전 베테랑인 아빠였는데도 말야. 내 못된 마음이 정말 그렇게 현실로 다가온걸까? 엄마, 종종 내비쳤지만 나 너무 힘들어. 가족들한텐 지금까지 사실을 숨겼지만, 그 학교에 진학했던 건 집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리고 엄마아빠가 어릴 적부터 줄곧 말해왔던 내 인생을 내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였어.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평범한 길을 걸었을 때 엄마 아빠가 더 걸었어야 할 불행의 길을 더 바라보기도 싫었고 부담을 받고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무 힘이 들더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찾아왔지만 그러질 못했어. 우리 친척들과 친구들마저도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고마워했기에. 그 무게가 실린 어깨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안됐으니까. 생각해보니 그때 그만두고싶단 뜻을 내비쳤을 때 대화 주제를 돌리던 엄마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했었네 ㅎ.. 시간이 지나 남들보다 조금 빠르고 안정적인 길에 들어온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 더 힘이 들더라? 그 때는 그만둘 수 있는 선택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만둘 수가 없고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 엄마아빠 말대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하니까. 그래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이쯤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하고싶지않은 일을 평생 하면서 더 불행해지느니 이 삶을 여기서 이제 그만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러질 못하겠더라. 이제 그나마 정상적으로 일을 하려하는 아빠를 보니 나는 더욱 이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되었고 이제 막 행복해하려는 두 분의 모습을 보니 더 그러했어. 차가운 현실과 그동안 애써 지우려했던 과거가 떠올랐거든. 최근엔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일을 도전하고 시작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힘들 것 같았어 그 선택에는 또 그에 걸맞는 책임과 인과가 따라올 테고 나는 불우했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으니까. 이제 엄마 아빠를 탓하진 않아. 두 사람은 노력했고 그로 인한 결실이 나랑 누나니까. 그런데 요즘 두 분의 바람대로 가정을 만들진 않을거야 지금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도 있고, 불행한 내가 또 다른 불행한 가정을 만들고싶진 않거든. 자신감이 없으니까. 누구나 어릴 적 원대한 꿈이 있었겠지? 어느 순간 현실을 마주하고 평범한 어른이 되고 말이야. 나는 슬슬 그 전환점에 다다랐나봐. 어릴 적에 애어른으로, 의젓하고 남자다운 아들로 연기했던 그 어른이 아니라 현실에 순응하고 남들처럼 살아가는 평범한 어른으로. 그치만 어째 요즘들어 더 아이같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지는 거 같긴 해ㅋㅋ 엄마 아빠! 전에 상담해주시던 교수님이 그러더라. 이십대가 됐으면 부모님을 부모님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바라보라고. 이제 두 분도 두 분의 시간과 인생을 살아갔음 좋겠어. 내가 당분간은 더 의젓하고 멋진 아들로 살***테니까 말이야. 요즘 행복해보여서 내가 마음이 놓이거든. 나도 언젠간 이 우울과 무기력, 책임감에서 벗어나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 때가 되면 자연스레 엄마 아빠 앞에서도 웃어보일 수 있을 것 같네. 자살 후에도 따라올 상황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런 선택도 못하는 나지만 언젠간 모두 훨훨 벗어던지고 정말 내 자유의지대로 살***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두 분 생신 축하드려요 그리고 앞으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행복했음 좋겠어요. 사랑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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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da
· 7년 전
저도 우울햇을시절.. 행복함을 느끼면 죽고싶었어요. 행복할때 죽고싶엇거든요.. 한 10년지난 지금은.. 사라졌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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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jueda 고마워요 다른 누군가도 경험했던 거라고 하니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