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머니가 바람을 피셨어요. 그래도 전 이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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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과거, 어머니가 바람을 피셨어요. 그래도 전 이해했어요. 아***는 무뚝뚝하시고 뭘 어떻게 해도 좋은 소리 한 번 안 하시는 분이셨거든요. 그러니 더 친절하고 공감해주는 따뜻한 사람에게 끌리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묻어두기로 합니다. 그래도 돌아오길 바랐어요. 전 어머니를 믿었거든요. 그래도 우릴 배신하시진 않으실거라고. 서로 가정이 있는데 만난다는 건 상대방도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사람은 아닐테니 금방 알아채고 돌아오실 거라고. 한동안 어머니는 술에 빠져 지내셨어요. 우는 날도 많았고. 가끔 모르는 사람 이름을 부르기도 했죠. 다행히 아***는 일 특성상 자주 집에 들어오시지 않아서 이런 어머니를 알 수 없었어요. 그저 좀 더 울고 술을 더 마시는 정도로만 아셨겠지요. 드디어 헤어지셨구나, 전 좋았죠. 어머니가 힘들어 하시지만.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놓고 위로할 수는 없지만 어머니를 챙겼어요. 술 마실 때면 옆에서 들어드리고 탕국도 끓여드리고 하는 식으로.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화를 냈어요. 어머니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알고 있었는데 왜 가만 있었냐고요. 당장 아***께 말씀드린다고 했어요. 제가 그랬죠, 말하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그러자 동생이 그래요, 좋게 끝나진 않겠지. 어머니를 죽이려 들지도 몰라. 너는 우리 가정이 파괴되기를 원해? 동생은 아무 말도 못했어요. 대신 화를 냈죠. 그럼 어떡하냐고요. 너무 화가 나고, 심지어 어머니께 욕을 하고 때리고 싶다고까지 말했어요. 배신감이 너무 크다고요. 저는 동생을 달래는데 온 힘을 썼어요. 그때 동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서 항상 조마조마 했죠. 어머니께 가서, 사실은 누구 만나는 거 알고 있었다. 동생도 안다. 동생이 무척 괴로워한다고 전했죠. 그러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저는 몇 달을 그 둘 사이를 회복***는 데에 전념했어요. 그러던 중 아***가 갑자기 새벽에 집에 찾아오시더니 제게 그러셨어요. 전부 네 탓이다. 어머니가 저러는 건 다 내 탓이라고요. 갑자기 무슨 일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었는데, 들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어머니가 자살시도를 하셨대요. 술김에 그러신 것 같고 빠르게 조치해서 타박상 정도로 끝난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어머니께 물어보니 본인도 잘 모르겠는데 술 마시고 어디 구른 것 같다며 온 몸이 아프다고 하시더군요. 기억을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때 당시 제가 백수였기 때문에 아***께서 불만이 많으셨어요. 정작 어머니는 본인의 연애사에 신경쓰느라 저에게 관심이 없었는데요. 그 날 새벽 갑자기 찾아와 제게 그런 말을 하시는 아***께 화를 냈던 것 같아요. 그게 왜 내 탓이냐고요. 그러자 아***가 묻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니 엄마가 저러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저와 동생은 어린 시절부터 아***의 폭력과 폭언, 어머니의 반 쯤 무관심한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저는 첫 사회 생활부터 실패했고 한동안 더한 폭력과 폭언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상태도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누굴 챙길 여력 같은 건 사실 없었는데, 그래도 어머니와 동생의 관계가 무엇보다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아***께 저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니 더 정신이 없었습니다. 내 탓이 아닌데, 잘 안 되는 거 모든 게 다 내 탓이구나. 그럼에도 꿋꿋하게 참아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머니와 동생이 화해를 하는 순간, 저는 엄청난 혐오감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머니와 동생이 서로 이해해서 화해를 했다기 보다 타협한 것과 비슷했습니다. 거기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무척 힘들었는데, 그들 모두 제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질 않았습니다. 물론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한 짓은 아니었지만 모든 일을 그렇게 덮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제 그 동안 노력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허무했습니다. 동시에 아***는 여전히 제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으니 제 일은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싸워야 할 앞으로가 너무 막막했습니다. 그저 가족의 평화를 위해 나선 것인데, 보상을 바라는 듯한 제가 한심하고 속물 같았습니다. 이런 스스로가 너무 싫었습니다. 분명 잘 해결되어 기뻐야 할 텐데, 저는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괴로운 나머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술 김에 꺼냈던 것 같아요. 술은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모든 이야기를 꺼낼 순 없으니 자세히 말하진 않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도울 수 없어 미안해하더군요. 그래서 입을 닫았습니다. 남 걱정***는 건 내키지 않아서요. 좋은 이야기도 아니구요. 오늘도 괴로워서 하나 쓰고 갑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 이야기인 걸 모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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