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지독히도 겁쟁이야. 그런데 다른이들 앞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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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나는 사실 지독히도 겁쟁이야. 그런데 다른이들 앞에서는 무던하면서도 강한척 하지. 속으로는 불안하고 미치겠는데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생각을 해봤어. 하나하나 되짚어 가다보니 그 끝은 엄마와 아빠였어. 나의 유년기는 항상 불안정했어.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지 않았어. 아빠가 돌아오는날은 어김없이 엄마의 얼굴이 멍투성이 가 되거나 조그만 트집을 잡히면 나는 밤을 세워서 벌을 서거나 매를 맞았으니까.. 아빠가 너무 싫은데도 난 항상 괜찮은 척을 했어. 고작 6살짜리가 고작 8살짜리가 고작 14살짜리가... 바깥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요동치고 얼굴이 빨개졌어. 무서워서 미치겠어서 숨이 멎을것만 같았어. 그런데 아빠가 들어오면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공손하게 인사하고 트집잡힐 일이 없을까 걱정하면서 분주하게 눈알을 굴리며 엄마를 그림자 처럼 따라다녔지 내가 두려워 하는걸 들키는 순간 공격하는 짐승처럼 불안한 냄새를 알아차린단 말이야.. 그래서 항상 괜찮은척 아무렇지 않은척 내속은 어른이였어도 어린아이인척 자주 맞아 아프지 않아져 버린 매가 너무너무 아픈척.. 일기장에 속마음을 쓰면 안된다는걸 7살에 알아버렸어. 일기는 보기좋게 하루의 좋은일만 써야한다고.. 좋은일이 없었으면 만들어서 써야한다고..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것이 부끄럽다는걸 알아버렸어. 나의 일기는 항상 내의지와 상관없이 파헤쳐졌으니까. 엄마가 아빠에게 맞아서 울고 있으면 난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 했어. 엄마를 위로하고 싶지도 않았어. 그냥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했어. 내가 12살때 엄마와 아빠가 별거를 해서 할머니집으로 보내질때 엄마가 나에게 말했어. 너 엄마 없어도 괜찮아? 난 괜찮다고 했어. 엄마는 화가 났는지 소리쳤어. 엄마 없으면 넌 고아야! 난 아무렇지 않은척 말했어. 아빠 있으니까 고아 아니야. 엄마는 흐느껴 울었어.. 14살에 엄마가 드디어 각오를 했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날아가고 싶었나봐. 난 이해했어..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어. 엄마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잘가라고 인사했어. 엄마는 당황한듯 싸늘하게 말했어. 괜찮겠어? 너는 이제.. 말을 끊으며 나는 웃으며 인사했어. 엄마없어도 잘 살수있어 걱정하지마. 엄마는 나에게 독한년이라고 말하고 택시는 출발했어. 택시가 어느정도 시야에서 사라진후 펑펑 울었어. 스스로에게 말했어. 이제 니 맘대로 살면돼. 나쁜짓 해도 집에 늦게 들어가도 공부를 안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어. 막 살수있어. 가끔 매맞을때만 견디면 돼 괜찮아.. 나는 당신들 때문에.. 항상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어. 고작 6살짜리가 8살짜리가 14살짜리가.. 그저 어린아이였을 뿐인데 아빠에겐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엄마에겐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를 죽여왔어..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어.. 당신들은 알고 있었어? 아니 죽을때까지 모르겠지.. 진실을 알려주고픈 마음도 알려줄 당신들도 내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동안 너무 사는게 힘들어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아무생각없이 사니까 숨이 좀 쉬어지더라.. 그동안 나에게 어떤 짐이 있었길래 아무 희망없이 무기력한게 오히려 괜찮았을까? 그게 이제 버릇이 되버린게 너무 문제겠지.. 그래도 원망같은건 하지 않을게.. 내가 좀더 강한 사람이였다면 내 자신을 사랑했을거고 방치하지 않았을테니.. 그냥 나를 원망해야지.. 그래야 또 고통받지 않을테니까.. 내일은 또 늘 써왔던 가면을 쓰고 나가는거야. 쎈척 괜찮은척 아무렇지 않은척.. 내가 약해지면.. 두려움을 느끼면.. 그 냄새를 맡고 나를 물어뜯으려 달려들 짐승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그래서 위선이 꼭 나쁜건 아닌거 같아.. 어쩔땐 나조차도 속아버리니까... 그냥 남도 나도 평생 속았으면 좋겠어 내 일기장 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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