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는것 같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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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음...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는것 같네요. 학교도 가기 전인 아주 어린 시절엔 주변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시골 같은 동네여서 비슷한 시간에 마쳐서 가방 던져놓고 밖으로 나와서 숨바꼭질 하고, 잡기놀이 하고, 뭐 그렇게 주위가 시끌시끌 했었어요. 무리에서 중심일때도 있었고, 아닐때도 있었지만 관심없었어요. 오늘은 또 뭘하며 재미있게 놀다 맛있는 저녁을 먹을까가 저의 관심사였지요. 그건 학교에 들어가고 저학년 때 까지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런데 슬슬 고학년으로 올라가니까 이제 아이들이 편가르기를 시작하더라구요 쟨 공부 잘하니까, 쟨 얼굴이 예쁘니까, 쟨 달리기를 잘하니까, 쟨 집이 잘살고 항상 옷을 예쁘게 입고 오니까. 등등 여러 이유를 붙여서 얜 우리 그룹 쟨 아니고 이렇게 가르기를 시작하더라구요. 그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던 저는 저와 비슷한 아이들끼리 그룹을 이루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애들'과 '나머지 소수 아이들'이었던거죠. 문제는 잘나가는 그룹 아이와 제가 학교 밖에서는 상당히 친한 친구였다는 것이었을까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어렸고, 어리석었죠 그 아이가 자기 무리의 소위 여왕대접 받는 아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불만을 토로 했습니다. 그 말에 평소에 제가 멀리서 보는 그 아이와 다르지 않아서 친구인 아이에게 "그래? 내가 봐도 그건 느껴지겠더라 걔가 심했네" 수준의 맞장구를 쳐주었지요. 그게 몇번 반복 되고나니 어느 순간 제가 여왕대접 받는 아이의 뒷담화를 한게 되어있었고, 하루 아침에 왕따가 되어버렸죠. 그리고 어느 정도 머리가 큰 아이들의 따돌림은 정말 사람의 정신을 무너뜨릴 정도로 노골적이고 잔혹했습니다. 제가 근처에 나타나면 들으라는듯이 "어 쟤다ㅋㅋ 오늘은 더 병×같네"라고 수군거리고 비웃거나 제가 그 무리 아이들의 앞자리에 앉을 때 마다 "아, ***..."욕을 하는건 예사였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대놓고 저에 대해 칭찬을 하시면 저의 사방이 피식 거리는 웃음 소리와 함께 "쟤가?? 그건 ㅇㅇ가 더 잘하는데"빈정거리기도 하고 조별수업에선 일부러 저를 빼고 4명씩 5명씩 짜놓고 아무도 저를 조에서 받아주지 않았죠. 그 시절엔 대부분 조별수업이었었는데 정말 살기가 싫더라구요. 또 학예회 연습을 저를 빼고 연습을 하고, 소품은 일부러 제것을 빼고 준비해놓고 연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저를 보고 수군거리고 비웃고, 혼자 엉성하게 만들어서 단 소품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그 때 생각하면 아직도 숨이 막히고 손이 벌벌 떨리네요. 어떤 날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다른반 친구가 저에게 이동수업에서 필요한 교과서를 빌려갔습니다. 저는 그 다음시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끝나고 해당 수업교실의 제 책상에 올려놓기로 했었죠. 그리고 저는 다음시간에 수업을 듣기 위해 그 교실로 갔습니다. 제가 무엇을 보았을까요?? 저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제가 온 것을 확인한 그 아이는 자신의 동생에게 책을 던지라고 소리칩니다. 그 목소리에는 흥분감과 희열이 듬뿍 묻어있었음을 그 누가 들어도 알 정도 였습니다. 그 아이의 동생은 ***는데로 책을 던지고 밟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제 표정을 확인한 그 아이는 동네 ***년처럼 깔깔대고 웃으면서 "내가 쟤 책을 던지라고 하고 밟으라고 시켰는데 표정 개웃겨" 이러면서 교실이 떠나가라 웃어댑니다. 갑자기 눈이 ***게 지고 눈물이 흐르더니 손이 벌벌 떨려서 떨어진 책도 제대로 줍지 못하겠더라구요.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자리에 앉았으나 가슴이 진정되지 않고 온몸이 떨리는건 마찬가지 였습니다. 얼마나 떨었는지 필기구를 제대로 못잡을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떨었는지 옆자리에 앉았던 같은반 남자아이 제 등을 토닥이고 대각선 남자아이는 왜 우는지 괜찮은지 책 표지는 왜 이렇게 발자국 투성이인지 묻는데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외치고 소리치고 싶었는데 목소리도 안나오더라구요. 저 일이 벌써 10년전의 이야기 입니다. 그치만 저는 저 일이 10년전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시점에 있었던 일이었고, 당시 해당과목이 영어였으며, 2교시 쉬는시간 이었고, 그 때 영어교실이 2층었고, 그 복도에는 급식차를 배달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영어교실 오른쪽 옆에는 보건실이 그 옆에는 저학년 교실이 있었던 것 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 일은 저의 성격이 급하게 소극적으로 변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렸죠.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졌나 싶지만 문득 누군가 나의 뒷담을 하는것이 들려 올 때, 내가 사람들 앞에서 간단한 문장 한마디도 말 할 수 없을 때, 저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도 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극복하지 못했음에 자책하고 가슴이 내려앉는것 처럼 저릴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질책하면 그 말들이 송곳이 되어 찌르듯이 아플 때면 수없이 자책하게 됩니다. 내가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나의 가슴속 한켠은 아직 그 시절의 울보 꼬마인 그대로임을 느낄 때 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끝까지 읽어 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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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7년 전
@leo0730 황당하긴 했었죠... 한번 마주치게 된다면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긴 하네요ㅎㅎ 그치만 마주치더라고 그 아이들을 알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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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beautiful
· 7년 전
10년 전 그 아이는 얼마나 힘들고 마음 아팠을까요. 현재 글쓴님도.. 많이 마음이 안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