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사업이 10년지기 친구의 배신으로 순식간에 망하고 빚더미에 올랐다. 오랫동안 계획했는지 방법도 치밀했다. 액수가 크다보니 소송에 드는 돈도 엄청나게 컸다. 변호사는 고사하고 인지대 낼 돈도 부족하더라. 소송에 쓸 증거로 제출할 녹음화일을 녹취록을 작성하는데만도 수백만원이 들 만큼 방대했다. 돈은 못찾더라도 벌은 주고 싶었다.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독으로 살았다. 그러다 건강을 잃었다. 모든 걸 뺏긴 사람은 나인데, 이 사람을 상대로 제대로 된 소송도 못하고 나만 아팠다. 멀쩡하던 이가 우수수 빠질 정도로 몸이 상했다. 삶은 처참했다. 50평대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그러다 원룸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반지하 방으로 내려앉았다. 아내는 고통을 함께 하기 싫다며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창문까지 테이프로 꽁꽁 막고 번개탄 6장을 태웠다. 기절했을 때 누군가의 신고로 구조되어 날 살려냈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겪은 뇌는 결코 예전같지 않았다. 운동신경, 언어, 수리능력이 모두 후퇴했다. 차라리 죽게 두지... 마음은 이미 죽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죽을 운명이 아닌가싶어 죽을듯이 살았다. 남들이 볼 땐 안정적인 직장의 번듯한 임원으로 살고 있지만 현실은 빚을 갚고 나면 남는 내 몫의 용돈은 월 20~30만원. 신용이 좋지 않아 고용 자체로 생색을 내니, 직무와 직급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봉급. 언제 남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퇴근 후 돌*** 곳은 다시 그 좁아 터진 방. 그저 빚을 갚기 위해 연명하는 하루하루. 모순과 상처만 가득한 구제 받을 수 없는 삶. 희망은 있을까? 예전처럼 사는 것은 욕심이더라도, 적어도 정상적인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