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란에도 올립니다.. -초등학교6학년 내가 괴롭혔던 너에게 일단 처음은 상투적인 인사말을 할게. 안녕, 잘 지내니? 고등학교 생활은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을까? 나는..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잘 지내고 있는거라고 생각해. 일단 이런 글을 쓰는건 그냥, 내 마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려고 쓰는거야. 솔직히 너한테 직접 쓰는것도 아니고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나도 어딘가에 써넣고 싶을 뿐이야. 얘기가 길었네. 일단 내가 하고 싶은건 당연히 사과야. 초등학교 6학년때 너에게 했던 모든 일들을.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배제하고 너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는 매우 슬프고 분노했을거야. 아마 내가 너에게 먼저 다가갔지. 우린 취미도 비슷했고 그 때문에 내가 너에게 많이 달라붙었지. 처음에는 진짜 친구같고 편안했어 그렇지만 문제는 나였지. 너의 물병에 물을 그렇게 마셔댔으니까. 마시고 정수기에서 새 물을 받아와도 그 물 역시 내가 마셨지. 너는 네가 집에서 쌓온 물을 내가 반절 이상 마시는걸 못마땅했지. 나는 웃는낯으로 "내가 떠올게~" 라고 말하며 꼴딱꼴딱 잘만마시고, 스스로 물병을 가져올 생각을 안했지. 지금 생각하면 참 웃겨. 왜그랬대? 아아, 어쩌지 난 역시 가해자인가봐 너에게 한 나쁜짓 중에서 물병만 기억나. 물병 외에 기억나는건 하나, 너에게 물리적인 상처를 입힌거. 너의 팔에 내 손톱자국을 새겨 피가 나게한것. 내 기억으론 널 정말 상처입힐 의도는 아니었을거야. 그당시엔 난 불편할정도로 긴 손톱을 잘 깎지도 않고 다녔으니까. 피가 날 수밖에 그러다 어느날 네 팔에 피가 날정도로 긁었을때 정말 미안했어. 네 표정도 어두웠고...미안 진짜 할말이 없어. 아마 우리 관계는 거기서 정말 틀어졌었지. 그래, 생각났다. 평소에도 너의 손이나 팔에 피가날 정도는 아니지만 손톱자국을 새겼던거 같아. 그리곤"괜찮아, 자국 금방 사라져~" 라고 말했던거 같아. 왜였을까? 그러면서도 손톱을 깎을 생각을 안했다는게 참 이상해. 그렇게 어쩌다 우리는 서로 대화도 안했지. 기억이 안나. 어째서지? 어영부영 학교생활을 하다가 너가 먼저 말을 걸었지. 네가 나한테 사과를 원한다는 말을 한게. 그때 난 어땠니? 내 기억속에 난 그 사과가 매우 귀찮았던거 같아. 거만했고, 네가 사과를 원했으니 한다는 느낌이었던거 같아. 아마 "정말 미안해, 됐지?" 정도였던거 같아. 그렇게 우리반 근처에서 사과하다가 우리반 애가 장난식으로 "너 ○○이 괴롭히는거야~?" 라고 물었을때 바로 아니야~ 라고 말하고 반으로 갔던거 같아. 아아, 왜그랬을까. 바닥에 머리를 박지 그랬니 과거의 나야. 그 이후로도 우린 대화를 안했지. 사실 그 이후 일은 난 잘 몰라. 나도 친구가 없었으니까. 근데 어디선가 너가 다른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얘길 들은것도 같아. 모르겠어. 혹시 나때문일까. 내 기억속에 너는 조금 소심한 아이였는데 나때문에 더 상처를 입은걸까. 모르겠어. 우리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지. 너랑 난 3년 내내 다른반이었어. 어이없는 거 아니? 난 내 모든 행동이 잘못됐다는걸 명확하게 깨달은게 중학교1학년 때였어. 그때 유독 내 친구들이 심한 장난에 시달렸거든. 한명이 싫어하는데도 달라붙어서 싫은 아이도 있었고 서로 친하지도 않은데 다수에게 장난을 받는 아이도 있었어. 그래, 기억하니? 내가 너한테 한 모든짓은 그때 나에겐 진심으로 '장난' 이었다는것을. 내가 너한테도 "장난이야~"라고 말했던거 같아. 어째서 그게 장난이었을까. 나는 너를 만나기 전에 아이에게도 그런장난을, 오히려 더 심한 장난을 쳤던거 같아. '유일한 친구' 라는 이유로. 자기가 하는짓을 진짜로 장난으로 여겼던거야. 어쩜 이리 못배웠을까. 머리만 컸었네. 나는 이후, 장난을 심하게 받았던 아이에게 상담했어. 너에게 사과할지를. 그 아이는 하지말라고 했어. 더 화만 산다고. 이제와서 무슨 사과냐고. 나는 그아이의 조언으로 너에게 사과하지 않았어. 그리고 대신 지금까지 죄책감과 불안에 시달려. 죄책감은 그렇다치고 웬 불안이냐고? 그래, 나는 죄책감도 크지만 불안해. 인터넷에 유명인사들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밝혀져 매장당하는게 나한테도 일어날까봐. 어느날 너가 나를 가해자로 지목할까봐. 그게 무서워. 날 욕해도 좋아. 혼자 '아니야, 집단 따돌림도 아니었고 정도 이상의 폭언을 한적도 없어. 설마 이런 일로 가해자라고 찍히고 그럴까?' 라고 생각하는 내가 나도 역겨워. 심지어 가해자라고 소문나면 억울할거라는 생각도 가끔 들어. 크게 따돌린것도 아니잖아. 라는 생각때문이지. 정말 왜 이러고 살까. 그리고 죄책감, 너가 이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 누구랑도 친구가 못되는건 아닐까, 성격이 달라지지 않을까, 계속 생각해. 처음엔 같은 중학교고, 등굣길에 종종 계속 너와 마주치니까 이런 걸까 생각도 했어. 하지만 이제 너가 어느 고등학교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걸 보면 아닌가봐, 그냥 내가 평생 가져야 될 마음인가봐. 난 널 마주하기 무서워. 눈을 감기 전까지 계속 무서울꺼야. 여기에 적힌 모든말이 너에게 닿진 않겠지. 그래도 우연찮게 네가 이 어플 사용자고 또 더 우연찮게 네가 이 글을 보게되면 연락해줘. 미안하고, 또 미안해.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가해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