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하다. 늘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인복도 좋고 운도 따라주고 세상이 드라마라면 아마 내가 주인공일 거야, 생각했다. 무리에서는 리더였고 당찼으며 자신감 넘쳤다. 혼자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같이 놀자 건넬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래, 강하다. 누가 그랬다, 너는 시트콤 같은 인생을 살은 줄 알았는데 그냥 뭐같은 일들을 재밌게 말할 뿐이었다고. 나는 힘들지 않다며 그냥 남들 하는 살기 힘들다에 묻혀서 한 번씩 내뱉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얼마나 상황이 '***한지' 그러니까 '힘든지' 말할 수가 없다, 좀 부끄러운 말이고 속된 말로는 쪽팔린다. 항상 남을 위로하고 들어주며 대신 화내주는 쪽이었지, 힘들어하는 쪽은 아니었기에 내 상태를 말하는 것이 낯설다 매우. 부모님께는 아니다. 안된다. 타지로 나온지 몇년이나 되었기에 밥은 잘 먹는지, 따뜻한 물은 나오는지, 로션은 바르는지 내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걱정하는 당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의 자식이 굳이 당신을 두고 나와 살더니 결국 정신이 이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음을 모든 자식들은 공감할 것이다. 친구에게도 안된다. 그들이 힘들때 나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들 역시 존재로써 내게 힘이 되었다. 다만, 늘 강해왔던 내가 사실은 무너지는 성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약하다, 알릴 수 없다. 나는 맏이로써 살아왔고 누구에게 의지하는 건 어렵다. 의지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 혼자서도 잘해요는 초등학교 때나 칭찬이었지 이제와선 문제점이었던 것이다.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누구에게 내가 기댈까? 그 상대도 방법도 없어서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