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민의 분류를 뭐로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현재 국제고에 다니고 있습니다. 중학교때 외우고 필기하고 하는 주입식교육이 너무 싫었어요. 국제고에 가면 토론식 수업도 많이하고 영어도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게 되고 무엇보다 해외대학 가기가 좋다고 해서 들어갔습니다. 저는 늘 유학이 너무 가고 싶었어요. 특히 유년기 청소년기를 꼭 외국에서 보내보고 싶었어요. 엄마도 평생의 꿈이 유학이라 제가 11살 16살때 캐나다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셨어요. 그런데 금전적인 문제나 여러 문제 등으로 가기 한달 전쯤에 무산되곤 했죠. 16살 여름에 캐나다 유학이 무산됬을 때에는 아직도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새벽 3시까지 울다 잤던 기억이 나네요. 캐나다가 유토피아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수능공부에 찌들어 꽉 막힌채로 창의성 개나 줘버리며 살고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캐나다나 북유럽처럼 이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그 해답이 국제고였죠.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체력적으로 지치는 무용동아리 , 영어로 하는 너무 어려운 경제수업,자만에 찌들어 나를 무시하는 몇몇 급우들, 너무 힘든 기숙사생활. 룸메이트는 분노조절 장애인듯 절 힘들게 했고 4인실의 나머지 두명은 방관했죠. 절친한 친구는 어느날부터 절 무시하기 시작했고요. 너무 체력적으로 힘들고 수업도 어려워서 내내 졸고 자책하기 일쑤였어요.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때의 한줄기 빛이 바로 일본 유학이었습니다. 엄마가 일본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셨어요. 저는 같이 가기로 했죠.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지만 '나는 일본에 가니까'라며 위로하고 1년을 버텼습니다. 어차피 EJU시험을 볼꺼니까 하면서 수업도 그냥 편하게 듣고 시험도 대충 봤어요. 비자문제같이 골치아픈 문제들이 많았지만 잘 해결되려는 찰나였습니다. 올해가 되어 학기가 시작하는 4월에 일본으로 출국하여 일본에 있는 한국학교에 가서 EJU준비를 해 일본대학에 갈 예정이었어요. 국제고에서는 3월까지만 있다가 바로 떠날 예정이었어요. 참고로 국제고는 일본 유학 관련 어떠한 프로그램도 없습니다.일본에서 다닐 고등학교 시험도 봐서 합격했고 집도 구했고 미리 답사도 다녀왔고 모든 것을 준비했어요. 옷 짐도 다 싸놨어요. 저는 원래대로라면 다음주 화요일에 일본으로 떠납니다. 그런데 오빠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렸습니다. 목요일에 그 사실을 알았어요. 완치까지 4년이 걸린다네요. 재활도 꾸준히 해야하고 재발 확률이 엄청 높대요. 잘못하면 암까지 번진대요. 엄마가 일본은 못간다고 하십니다. 간병해야한다고요. 출국 5일 전에 유학이 취소됬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일본유학만 바라보고 7개월을 버텼어요. 저도 제가 이기적인거 압니다. 오빠가 제일 문제지만 오빠는 지금 천하태평합니다. 제가 4일째 반송장으로 사는걸 이해 못합니다. 쟤 왜이래 이런식이죠. 오빠가 부모님 속을 썩인 그 많은 순간들에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그러지 말라고 들은게 생각나고 오빠에게 맞고 자란게 생각나고 온갖 욕설을 들은게 생각나고 오빠때문에 초등학생때 자해까지 한게 생각나고 지금은 이렇게 오빠때문에 유학이 취소됬어요. 오빠랑 사이가 좋았다면 오빠가 안타까운게 먼저겠지만 그렇지 못하네요. 일단 제 살길이 더 걱정되요. 유학은 제 유일한 탈출구였어요. 저는 학교와 일본어학원 수학학원 모두 정리를 다 하고왔고 친구들에게 수능끝나고 일본 놀러오라고 하고 작별인사를 하는 단계였습니다. 이미 작별편지를 주고받으며 눈물을 머금고 이별한 친구들도 있고요. 금요일까지 학교에 나갈 예정이었으나 가지 않고 오늘까지 울다 눕다 자다밖에 안하고 있습니다. 넋나간채로 가만히 있어요.어찌보면 제가 더 환자같아요. 오빠는 지금 이순간에도 방에 누워 태평하게 폰하고 친구만나거든요. 엄마는 오빠걱정좀 하라고 하고 아빠는 오빠는 아빠가 케어할테니 일본에 그냥 가라 하십니다. 당연히 엄마는 안간다고 하시고요. 괜히 오버하는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상처가 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못해 뺨 후려치는 답변은 하지 말아주세요. *** 짧은인생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습니다.저는 어떻게해야할까요. 국제고에 다시 가서 쟤는 간다더니 왜 여기있냐는 반응을 감수하고 버텨볼까요 아니면 집 앞에 있는 일반고로 전학갈까요 아니면 자퇴할까요. EJU 준비를 하면 어디서든 내신 망가지고 병행하기 힘든건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언제쯤 털고 일어나 반송장 신세에서 벗어나서 활동이 가능할까요. 너무 힘들어요 위로와 도움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