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입니다 19년 동안 열심히 살았어요. 장래희망도 꿈도 딱히 없었지만 일단 좋은대학 가야 길이 넒다고들 이야기하니까요. "학생부종합이 대세래요" 라는 말을 듣고 1학년때부터 교내대회며 행사 다 참여하고 많이 준비하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노력한거에 비해 상 많이 못 탔어요 자기소개서 쓰려고 하니 뚜렷한 장래희망이 없으니까 참여한 행사들도 의미가 없는 것 같구요 공부도 잘하고 싶어서 오랜시간 앉아있었어요. 아빠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저를 보고 나중에 고학년 되면 참 성적 많이 오를것 같다 라고까지 말씀하셨죠... 제가 제일 하기 힘들어 하는 과목이 있는데요.. 국어 과목 이에요. 국어 힘들다고 말했더니 작년겨울부터 엄마는 그룹과외까지 붙여줬어요. 겨울방학때 국어에만 하루기본 4시간, 많게는 9시간까지 투자했어요. 근데 올해 6월 모의고사 국어성적은 더 떨어졌네요. 근데요 떨어져서 속상한데 그것보다 더 속상한건 같이 그룹과외 했던 제 절친은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 거에요. 국어를 잘하던 아이도 아니었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도 아니었는데...심지어 오늘 기말고사도 98점 맞고 돌아갔어요. 스스로 그 친구랑 너무 비교해요. 괜히 그 친구한테 같이 과외하자고 했나 생각해요. 다른애면 모르겠는데 분명 내가 더 공부 잘했는데 갑자기 따라잡힌것 같아서 화도 나고 질투도 나요. 제일 친한친구가 열심히 공부하는걸 응원해주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것 같아서 가끔은 자괴감도 들고요 공부가 점점 너무 어려워요.. 내 영역 밖의 일이야. 너무 모르겠어.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라고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해요. 이게 공부가 하기 싫기때문에 핑계대고 싶어서 하는 생각인걸까 그것도 고민해봤는데 아닌것같아요 과외를 해도, 학원에 가도, 자습시간을 늘리고 공부방법을 바꿔봐도 성적이 오르는데에는 한계가 있는것 같아요 제 이해력과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는것 같아요. 인서울이라는 데는 머리 좋은 애들이 가는것 같아요 저처럼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세상에서 제일 독하게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멘탈 약하고 비관적이고 생각만 많은애는 세상이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것 같아요. 누구는 "그렇게 공부할 바에야 니가 좋아하는게 뭔지 생각해야지! 빨리 생각해서 그쪽으로 가봐" 라고 말하더라구요..니가 꿈을 찾기에 너무 게을러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니 길을 못 찾고있는거야 라면서요 왜 전 제가 제일 하고싶은 전공이 뭔지 몰라서 매일 조급해야 할까요..? 왜이렇게 세상은 급하고 그 속에서 상처 받아야할까요? 성적이 안나오니 기대했던 아빠한테도, 신경써줬던 엄마한테도 미안해요 학업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걸까요 공부를 하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고 활자를 읽어내려갈 수 없을만큼 머리가 아파요. 시험지를 들고 가장 집중이 잘 되어야 하는데.. 시험지를 풀때도 머리가 아파서 집중력이 떨어져요.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이제 하루 남았어요 수시를 노리던 저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이었는데 어째 가장 못 보고있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무기력합니다 친한 친구들은 다 원하는 대학 가는데 저 혼자 못 갈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 친구들을 앞으로 살면서 계속 볼지 안볼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서 부터 친했던 그 가까운 친구들 앞에서마저 당당하지 못하면 누구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엄마 나 삶이 너무 즐겁지가 않아... 올해가 되니 공부가 너무 재미없다" 라고 말했을때 엄마께서 "고3이 인생 즐거운 사람이 어딨니?"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고3이 힘들고 재미없다는거 알겠지만, 정말 하루에도 몇십번씩 그만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그만할것이 공부든, 인생이든, 삶이든.. 뭐가 되었든 몸도 그만 아프고싶고 마음도 그만 힘들고싶어요 고통스럽습니다. 저 어떻게 마음먹어야 남은 기말고사 잘 치고 남은 수능까지 130일 버틸 수 있을까요? 힘든 순간을 버티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