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 참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인간관계, 좋은 성적, 외모도 봐주기 힘들 정도로 못생긴 건 아니에요. 딱히 고민도 없어요. 가정 환경이 좀 안좋은 편이긴 하지만 솔직히 요즘 세상에 파고들면 멀쩡한 집안 찾기가 더 어렵고, 또 엄마도 아빠도 부모님으로서의 역할은 다 해주신 덕에 특별히 힘들어 본적은 없네요.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면 부모님이에요. 저 어렸을 때 아빠가 바람을 폈었는데 그 이후로 서로 대화 한 마디 없이 사세요. 제가 불편해서라기보단 그냥 두 분 다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요. 어렸을 땐 아빠가 미웠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이혼하고 각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싶어서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제가 효녀인건 아니에요ㅋㅋㅋ 가끔은 이런 생각이 부모님에 대한 제 책임과 평소 쌓였던 죄책감을 좀 덜어보려는 자기방어기제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냥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 친구들한테 집안 얘기를 좀 했었어요. 정상적인 집안이랄 수는 없지만 또 이것 때문에 제가 딱히 피해를 받은 것도 없는데, 애들한테 얘기할 때는 제가 무슨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애마냥 느껴지더라구요ㅋㅋㅋ 어쩌면 전 그냥 관심이 필요했던것 같기도 해요. 구구절절 적어놨지만 이미 말했듯 이런 문제들이 제 인생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친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제 책임 회피를 위한 핑계거리로 쓰이고 있는 쪽에 가까워요. 근데 전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절 좀 죽여줬으면 좋겠어요. 바란적도 없는걸 멋대로 안겨놓고 왜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지, 정말 살아야 할 사람들은 다 데려가고서 왜 저같은 걸 세상에 남겨두는지. 어찌 보면 배부른 고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근데 이런 문제 없음이 저한테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제가 아무리 무슨 짓을 해봤자 더 나아질 구석이 없거든요. 전 이미 정말 괜찮은데, 참 행복한 환경에 처해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 때려치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질리도록 들어봤어요. 근데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고 싶지 않다는데 그것들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실은 정말 저도 저를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글로 표현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제 생각이 맞는지. 머릿속이 텅 빈것처럼 멍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안날 때가 있어요. 그냥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제 인생이 눈에 그린듯이 훤한데, 더 나아질 희망도 없이 그냥 말 그대로 아무 의미 없이 죽지 못해서 살***게 보이는데.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렇게 사는건 느린 자살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제가 우울증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님 그냥 제 머리위로 운석이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ㅋㅋㅋㅋ 제가 무슨 답을 원하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